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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고급 감성에 치중한 '한국형 벤츠', 쌍용차 신형 체어맨 H

국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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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감성에 치중한 '한국형 벤츠', 쌍용차 신형 체어맨 H

 


체어맨이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1997년 10월이다. 이후 2003년 석굴암을 모티브로 한 독특한 헤드 램프의 뉴 체어맨이 등장했다. 뉴 체어맨은 등장 후 막강 현대차의 에쿠스 판매량을 넘어서며 승승장구했다. 실제 지난 2005년 뉴 체어맨은 1만5,000여 대가 팔렸지만 에쿠스는 1만3,000대에 그쳤다. 규모에서 절대적 열세였던 쌍용차가 현대차를 넘어선 것은 그만큼 체어맨이 지닌 제품가치가 높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뉴 체어맨 이후 우여곡절을 겪은 쌍용차는 2008년 체어맨 W를 출시했다. 체어맨 W는 체어맨을 뛰어넘는 이른바 체어맨 프리미엄 성격을 띠고 대한민국 최고급 차종을 표방했다. 반면 기존 뉴 체어맨은 단종하지 않고 체어맨 H로 명맥을 살렸다. 이를 통해 현대차 제네시스와의 경쟁을 시도했고, 2011년 체어맨 H는 후속 차종인 체어맨 H 뉴 클래식으로 대체됐다.


체어맨 H 뉴 클래식은 2세대였던 기존 체어맨 H와 기본적으로 동일한 제품 구조지만 내외관은 대폭 달라졌다. 이런 이유로 쌍용차는 뉴 클래식을 3세대 체어맨 H로 부른다. 2세대와 전혀 다른 차종이라는 얘기다.

 


 

▲ 디자인

먼저 앞뒤 모습이 달라졌다. 세로형 석굴암 헤드램프는 가로형으로 바뀌며 다소 커졌다. 램프 안쪽이 라디에이터 그릴 쪽으로 모아지며 역동성이 강조됐다. 체어맨 라디에이터 그릴의 상징인 3선은 그대로 유지됐다. 헤드램프 안에는 고휘도 LED 방향지시등이 공존해 일체감을 준다.

 


 

뒷모습은 변화의 폭이 더 크다. 램프가 좌우로 길게 배치됐다. 기존 리어 램프가 좌우 바깥쪽으로 밀착됐던 것과는 전혀 다른 형상이다. 전반적으로 리어 램프 또한 헤드 램프와 마찬가지로 커졌다는 점에서 다소 낯설기도 하다. LED 방식 램프에 역시 고휘도 LED 타입 방향지시등이 적용됐다.

 


 

옆모습은 대형 세단의 모습이 역력하게 풍길 정도로 안정감이 있지만 앞선 세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전 체어맨 H가 옆모습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점을 감안해 가급적 그대로 유지하는 게 체어맨 전통을 잇는 것으로 판단한 흔적이다.

인테리어의 가장 큰 변화는 계기판과 센터 페시아다. 먼저 계기판은 블루와 화이트 조명으로 균형을 이뤘다. 블랙페이스 형태여서 선명도가 뛰어나다. 복잡한 그래픽보다 좌우 대칭형으로 엔진회전계와 속도계를 놓고, 그 사이에 수온계와 연료계를 배치했다. 나머지 모든 정보는 중앙의 LCD 모니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LCD가 컬러가 아니어서 불평을 삼을 수도 있지만 대형세단에 화려함은 오히려 품격을 떨어뜨릴 수 있음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독일 대형 고급 세단도 계기판은 가급적 단순화시키는 추세임을 떠올리면 이해가 간다.

 


 

스티어링 휠을 살폈다. 원목 무늬와 가죽이 상하로 나눠져 두 가지 촉감을 준다. 가죽으로 모두 감싸면 간혹 손이 건조할 때 미끄러울 수 있는데, 원목 무늬가 미끄러움을 방지해 준다. 실제 돌릴 때는 대부분 상단 원목 쪽이 적극 활용된다. 특히 평소 왼손으로 스티어링 상단을 많이 잡는 국내 운전자들의 특성에 어울린다. 스티어링 왼쪽에는 볼륨 조절 스위치가 있고, 오른쪽에는 채널 변경 스위치가 로직 방식으로 위치해 있다. 스티어링에서 가장 자주 손이 가는 중앙 왼쪽에는 오디오 전원 스위치, 오른쪽에는 음소거 버튼이 배치됐다.

 


 

센터 페시아는 상단 내비게이션이 자리했다. 팅크웨어가 제공한 아이나비 제품이다. 길 찾기로는 정평이 나 있다. 그 아래로 로직 타입 공조버튼이 배열됐고, 로터리 타입의 풍온과 풍량 레버가 대칭형으로 위치해 균형감을 준다. USB와 AUX 단자 옆에는 키홀더가 있다. 중앙에는 가죽으로 감싼 변속레버가 있다. 손에 잘 잡힌다.

전반적으로 인테리어는 고급 감성에 충실했다. 최고급 대형세단을 오랜 기간 만들어 온 경험이 많이 축적됐다는 생각이다. 지나치게 튀지 않으면서도 원목 무늬와 은은한 광택을 내는 플라스틱 소재가 적절히 어우러져 프리미엄 느낌을 갖게 한다. 특히 시트의 경우 공간 제약을 받지 않을 만큼 넓게 자리해 여유로움을 준다.

 


 

▲ 성능

출발을 위해 스타트 버튼을 눌렀다. 직렬 6기통 222마력 3.2ℓ 가솔린 엔진이 경쾌하게 작동한다. 엔진의 최대토크는 31.0kg•m 이고, 공인 연료효율은 ℓ당 8.7㎞다. 공회전 상태에서 진동과 소음을 체감했다. 역시 대형 고급 세단이다. 비록 체어맨 W에게 쌍용차의 최고급 플래그십 자리는 내줬지만 고급차의 필수 항목인 진동 및 소음은 체어맨 W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정숙하다.

 


 

천천히 차를 움직였다. 1,735㎏의 육중한 중량이 부드럽게 이동한다. 가속페달에 살짝 힘을 주면서 속도를 높여 나갔다. 가속이 될 때도 부드러움은 잃지 않는다. 대형세단이 갖춰야 할 덕목이다. 하지만 가속페달에 힘을 많이 주면 엔진회전수가 급격히 올라가는 만큼 속도가 빠르게 오르지 않는다. 벤츠의 5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됐지만 기어비 조정 등을 통해 동력이 완만하게 전달되도록 했다. 꾸준히 속도를 높이면 되지만 성격이 급한 사람이라면 답답할 수도 있다. 빠른 출발을 위해 중립(N)에서 엔진 회전수를 높인 뒤 레버를 주행(D) 모드로 옮겨도 빨리 가지 않는다. 엔진 회전수를 스스로 내려 부드러운 출발로 전환하기 때문이다. 체어맨 H 뉴 클래식과 같은 대형 세단을 타면서 몸이 앞뒤로 쏠릴 만큼 급격하게 운전하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저회전 구간에서 가속력을 조금 높이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사견일 뿐 체어맨 H 뉴 클래식 구입 예정자들의 공통된 견해는 아니다.

 


 

반면 자동차 전용 도로에 오른 뒤 고속으로 달릴 때 안정감은 뛰어나다. 도로에 밀착돼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속도를 높이면 높일수록 이런 생각은 확고해진다. 앞뒤 무게 균형이 맞춰진 뒷바퀴굴림 방식의 특징이기도 하다. 물론 고속에서 급한 차선 변경은 시도하지 않았다. 편안함에 모든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체어맨 H 뉴 클래식 구입자 또한 대부분 편안함을 추구하는 점도 감안했다.

더운 날씨에 가죽 시트와 맞닿은 엉덩이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통풍시트를 가동하니 시원한 바람이 방출된다. 에어컨도 최저 온도에 맞춰 작동시켰다. 실내 온도가 낮아지니 스티어링 열선 버튼을 눌러봤다. 누르자마자 곧 스티어링에 열이 전달돼 온다. 비교적 빠른 반응이다. 스티어링 열선은 겨울에 유용한데, 중요한 것은 버튼을 눌렀을 때 얼마나 빨리 열이 스티어링 전체를 감싸느냐가 관건이다. 체어맨 H 뉴 클래식은 경험에 비춰봤을 때 결코 늦지 않다.

 


 

승차감은 부드럽다. 홀로 운전할 때, 또는 뒷좌석에 VIP가 탔을 때를 동시에 감안했다는 방증이다. 특히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충격 흡수 능력은 상당히 뛰어나다. 구렁이 담 넘어 간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편안하게 턱을 넘는다. 벤츠 S클래스를 탔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하지만 요즘 대형세단에도 많이 적용되는 승차감 조절 기능은 없다.

 


 

부드러운 승차감에 걸맞게 핸들링도 가볍다. 여성도 손쉽게 스티어링을 돌릴 수 있을 정도다. 의외로 대형세단 운행자 가운데 여성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모든 조작 감성의 초점은 '부드러움'이다.

속도를 높이고 풍절음을 체감했다. 시속 120㎞를 넘어서면 창틈으로 바람 소리가 일부 들어온다. 그런데 재미나는 것은 직접 운전할 때와 VIP석에서 체감한 풍절음의 차이다. VIP석의 경우 풍절음이 운전석보다 확실히 덜하다. 차명대로 VIP석에 앉아야 하는 체어맨을 더 배려한 것 같다. 앞 동승석 헤드 레스트에 접힘 기능을 넣은 것도 아직은 '나 홀로'보다 '운전자를 별도로 두고 뒤에 앉아 가는 쇼퍼 드리븐 개념에 충실했다는 얘기다. 뒷좌석 암레스트에 에어컨과 시트를 앞뒤로 이동할 수 있는 버튼이 마련돼 있다는 점도 VIP를 위한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세 시간가량 편안한 시승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후진 주차할 때 내비게이션 모니터에 후방 카메라가 촬영중인 영상이 보인다. 대형세단에서 요즘은 필수 기능으로 자리했다. 사이드 미러를 접고 시동 버튼을 눌러 엔진 작동을 중단시켰다. 어두운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문을 열고 나오면 헤드 램프가 시야를 밝혀 준다. 정확한 시간은 측정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10초 이상은 비춰주는 것 같다.

 


 

볼 일을 마치고 다시 시승차에 올랐다. 이번에는 주차장을 빠져 나오는데, 언덕을 올라야 했다. 앞의 차가 많아 언덕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언덕 밀림방지장치(HSA)가 있어 브레이크 페달에서 가속 페달로 발을 옮길 때 굳이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

밖으로 나와 뒷 유리 커튼을 버튼으로 내리고, 다시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했다. 차가 서서히 몸에 익숙해지면서 편안함도 더해졌다. U턴 신호를 기다리며 5m가 넘는 체구를 대기시켰는데, 뒷바퀴굴림의 특징인 짧은 회전반경은 역시 유용했다. 주차할 때는 크기를 실감하지만 U턴할 때는 그렇지 않다.

 


 

역동적인 주행을 자제했기에 제동력에 대한 불만도 별로 없다. 일반적인 운전 때 제동력은 나무랄 데 없이 부드럽다. 물론 시속 100㎞에서 급제동을 했을 때 앞으로 쏠리는 이른바 '노즈 다운' 현상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야 할 만큼 앞뒤로 심하게 흔들리지는 않는다. 제동할 때 쏠림을 최대한 억제했다는 회사측의 설명에 수긍이 간다.

 


 

체어맨 H 뉴 클래식은 대형 고급 세단이다. 전형적인 벤츠의 파워트레인을 중심으로 모든 설계는 부드러움과 편안함에 맞춰졌다. 그래서 쌍용차는 체어맨 H 뉴 클래식이 '나 홀로' 운전하는 사람과 운전자를 별도로 둔 VIP가 동시에 활용 가능한 차라고 강조한다. 최고 책임자가 개인적으로 필요할 때는 운전을 직접 해도 되고, 그렇지 않으면 뒤에 앉아 넉넉한 레그룸의 여유를 즐겨도 된다.

이번에 시승한 체어맨 H 뉴 클래식의 가격은 4,695만원이다. 체어맨 H 중에서 최고급 차종이다. 여기에는 벤츠 DNA를 체감하는 비용도 포함돼 있다. 체어맨의 시작 자체를 벤츠와 함께 했고, 체어맨 H도 여전히 벤츠의 핵심 기술이 많이 포함돼 있는 만큼 그야말로 한국형 벤츠가 아닐 수 없다.

 


 

 

▲ 총평

쌍용차에게 체어맨은 상당한 의미가 있는 차다. 최고급 월드카를 표방하며 벤츠 기술진과 함께 시작한 차이기 때문이다. 벤츠의 W124 플랫폼을 들여와 당시 벤츠 디자이너였던 갈리첸도르프의 도움으로 1세대 체어맨을 만들었다. 여기에는 하트못 노이만이라는 벤츠의 차체 설계 엔지니어도 한몫 거들었다. 벤츠의 승용 개발 엔지니어였던 라인하트 스토겔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영국 여왕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체어맨을 의전차로 선택한 것도 벤츠 DNA 때문으로 전해진다.

 


 

이렇게 해서 15년이 흘렀다. 이제는 쌍용차 스스로 체어맨에 다양한 첨단 기능을 직접 적용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그래서 쌍용차는 체어맨 H 뉴 클래식 구입자를 '평창동 부자'에 비유하곤 한다. 부자도 역사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하루아침에 부동산개발로 돈을 모은 신흥 땅 부자와는 거리를 두겠다는 전략이다. 그래서 지나치게 번쩍이지 않고 차분하다. 쌍용차가 벤츠에게 가장 잘 배운 철학이 아닐까 한다.

 



 

오토타임즈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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